이제 막 ‘존경받는 중견국’ 출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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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Kadir Jun Ayhan

Published

Tuesday, August 14, 2018

This column was originally published by the Donga Daily (동아일보) on August 14, 2018.

한국은 1980년대 말부터 한반도를 넘는 전방위 외교를 펼치며 국제무대에서 선진국 지위로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냉전이 끝난 뒤 옛 공산주의 국가들을 포함해 다양한 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국제기구에서 다각적인 노력도 더 활발하게 진행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약소국에서 중견국으로 급속하게 바뀌면서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외교적인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정부부터 현재까지 정부 외교백서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지위를 높이기 위해 경제수준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기여하면서 책임 있는 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성숙한 세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기여외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 이슈를 논의하는 중요한 무대가 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한국도 일원이 됐다. 개발 원조를 받던 한국은 2010년 엘리트 원조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에 가입했다. 한국은 OECD DAC 회원국으로 상당한 원조를 했고 기후대책, 유엔 평화 유지 활동 등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중견국 외교는 한국에 크게 두 가지가 도움이 된다. 첫째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에 끼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되는 것보다 국제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중견국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둘째는 군사력과 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보다는 이를 보완할 문화적 매력이나 가치관 같은 ’소프트 파워’에 투자할 수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일부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하드파워를 보완하기 위해 소프트파워에 집중한다. 기후, 환경, 평화 중재, 다각 외교 등에서 틈새를 찾고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국제무대에서 격을 높인다. 한국도 최근 국제 이슈에 많이 참여하면서 존경받는 국가가 되려 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 아직 ’존경받는 중견국’의 시작 단계에 있다. 지난달 발간된 ’2018 소프트파워 3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30개국 중에서 소프트파워 순위로 20위를 기록했다. 6개 평가 항목 중 한국은 디지털, 기업에서만 10위 안에 들어갔다. 개발 원조, 난민, 환경 등의 국제 참여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기후, 환경, 개발 원조, 난민 등 국제 이슈에도 경제 수준과 지위에 맞게 행동해야 소프트파워도 강해지고 결과적으로 하드파워를 잘 보완할 것이다. 케이팝, 드라마, 한식, 한복 등도 소프트파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국가가 국제적인 지위를 높이려면 미사여구만을 갖다 붙여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기여하려면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소프트파워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국제 이슈에 관여하는 것은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도 잘 설득해야 한다. 정부가 외교 정책에 대해 잘 소통하려고 최근 만든 국민외교센터는 이런 역할을 하는 데 적당할 것 같다. 한국을 강대국으로 성장시키려면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제 이슈는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고 회피하는 것은 약소국의 정신인 것이다. 한국이 국제적인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의 지지도 얻어야 한다.